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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도덕
분류없음 |
2007/11/0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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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 - for -Tat과 윤리 Tit - for -Tat과 윤리(2)
내가 이해하기로 기린아님의 주장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학이 우리가 필요로하는 도덕을 정당화시켜주지 못한다. 되갚기 전략에 기초하여 협동을 설명하는 것은 단지 가족주의, 지역주의, 인종주의를 강화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가 필요로하는 도덕을 정당화하려면 종교나 전통 같은 비합리적 믿음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과학이 대세니까 미래는 암울하다.
1.
새끼 오리는 태어나서 36시간 내에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 다닌다.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미 오리를 따라다니게 하여 새끼 오리의 생존률을 높이는 행동이다. 따라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새끼 오리가 이러한 행동을 보이게 된다. 물론 일부 재수없는 새끼오리는 지나가던 사람을 따라갈 수도 있다. 새끼 오리의 행동은 개체 수준의 인지 과정이고 이것이 확산되는 것은 유전자 수준의 진화적 과정이다. 이 두 가지는 전혀 다르다.
되갚기 전략은 협동의 진화를 설명하는 상호 보완적인 모형들 중에 하나다. 그런데 새끼 오리가 어미를 따라 다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 어미를 따라다니는 게 아닌 것처럼 개체가 결과적으로 되갚기 전략을 쓰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 실제로 되갚기 전략을 사용한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2.
기린아님은 "가족, 지역, 인종은, 태어날때 주어지는 것으로서, 인간이 가지는 관계중 가장 오래가는 것이다. 영원을 보장하는 종교를 제외할 경우(종교가 왜 협력이 잘 되는지 여기서 나온다.) 당연히 인간은 저런 오래가는 관계들을 중요시하게 된다."라고 하지만 이 주장은 두 가지면에서 잘못되었다.
첫째, 진화심리학의 입장에서 가족주의는 호혜적 이타성이 아니라 친족 선택에 속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되갚기 전략으로 협동을 설명하는 것과는 다른 얘기다.
둘째, 가족은 둘째치고 지역, 인종, 종교는 인간이 중요시하는 관계가 아니다. 종교 갈등이 극심한 지역에서 3주짜리 캠프에서 다른 종교의 아이들을 섞어서 두 팀으로 만든 실험이 있다. 만약 기린아님의 주장대로라면 아이들은 3주짜리 캠프에서 같은 팀 아이보다 종교가 같은 아이들과 협동해야겠지만 팀 간의 갈등이 너무 심해져서 2주만에 실험이 파국적으로 종료되었다. 한 쪽 팀의 아이들이 밤 중에 부엌에서 칼을 훔쳐 다른 팀의 숙소에 침입하는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보고되었다.
3.
유전자 수준의 진화적 과정과 개체 수준의 인지 과정부터 다르기 때문에 진화심리학에서 바로 어떤 종류의 윤리를 정당화할 수 없다. 진화심리학으로 어떤 윤리적 주장을 정당화하려면 "인간은 원래 그래"라는 식으로 말할 수 밖에 없는 데 그 '원래 그런 행동'이라는 게 설명수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진화심리학이 지역주의나 인종주의를 지지하고 우리가 필요한 도덕을 지지하려면 종교나 전통같은 '비합리적 믿음'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상당히 이상하다. 일단 지역주의나 인종주의는 오늘날 과학에 의해서 지지되기 보다 종교나 전통에 기반하여 주장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만약 과학이 지역주의나 인종주의를 지지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종교나 전통이 있다고 해도 이런 '비합리적 믿음' 또한 진화적으로 획득된 형질이기 때문에 만약 진화심리학을 근거로 지역주의나 인종주의을 지지하는 사람은 역시 종교나 전통 또한 지지해야 한다는 역설에 빠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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